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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로드 블라스트 이후 1~2년 후입니다.

 

서역까지의 여행으로도 모자라, 모두에게 역마살이라도 낀 것마냥 현장 삼장 일행은 여행을 이어갔다. 물론, 그때와의 것과는 상당히 별 문제 없이 흘러갈 수 있었다. 다만 소득을 벌어들이기 어려웠다는 게 가장 큰 흠이었지만 그 외에는 인간을 위협할 만큼의 악은 존재하지 않았다. 모두가 한두 살씩 나이를 먹었고, 그만큼의 경험의 힘으로 조금은 성숙했다고 말할 수 있었다.

 

물론 오공에게는 아직도 턱없이 부족했지만 말이다.

 

"배고파!"

"이 망할 원숭이가, 너는 무슨 배에 위장이 수십개냐?"

"뭐라고, 이 에로갑빠가!"

"저 둘은 변함이 없네요, 하하."

"소름끼치도록 똑같아."

 

그 때, 팔계의 가방 속에서 작은 호랑이의 모습으로 산옥이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 말했다.

 

"있죠, 팔계 씨. 우리 어디로 가고 있는 거예요?"

"잘 잤냐?"

"아니요. 그럴리가요. 저 바보와 오공 씨 덕분에 영."

"야!"

 

그 반응에 오정이 소리를 지르긴 했지만, 산옥은 곧 혀를 쭉 내밀고 약올리는 듯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다시 팔계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자 팔계가 말했다.

 

"우리가 있던 곳, 바로 아래에 있는 곳이예요."

 

그 말에 산옥이 살짝 이해가 가지 않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자 삼장이 옆에서 팔계의 말을 거들었다.

 

"발해."

"아."

 

도원향과 천축국으로 향하는 길 외에는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 이들이었지만, 왼쪽으로 한참을 갔던 것과 다르게 아래로 내려간다는 게 꽤나 인상적인 산옥이었다. 그녀는 그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 이내 생글거리며 웃어보였다.

 

"하나같이 우리랑 전부 다르겠죠?"

"아무래도 그렇겠지. 생김새는 몰라도 말하는 거나 행동하는 건 철저하게 다를거야."

 

삼장이 그렇게 답해오자, 팔계는 운전대를 잡고서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가 가려는 곳은 요괴의 압박보다는 인간들 간의 정세 문제가 꽤나 복잡했다고 해요."

"너는 그걸 어떻게 알아?"

"하하, 어제도 잠이 안 와서 책을 좀 읽고 있었거든요. 최소한 가려는 곳의 특성은 ㅇ라아야 할 것 같아서요."

 

그의 말에 삼장이 잠이 안 와도 어떻게든 잘 생각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타박을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국경선이 눈에 보이자, 산옥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차에서 내렸다. 팔계나 다른 일행들도 천천히 내릴 준비를 했다. 국경 수비대가 그들의 소속을 묻자, 팔계는 능숙하게 말을 이어갔다.

 

"현장 삼장 법사님과 법사님의 수행원입니다."

 

그들도 타국이지만 삼장에 대한 명성(물론 오정과 오공은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었다.) 그들 역시 어느 정도 명성을 들어서였는지 곧장 국왕에게 전해야 할 것 같다고 했지만 삼장이 고개를 저었다. 여행자로 왔기 때문에 굳이 그런 환대는 필요치 않다고 말했다. 그에 오정과 오공이 무어라 말하려 했지만, 산옥이 단박에 두 사람을 제지했기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수긍해왔다.

 

"환대를 빌미로 민폐 끼칠 생각 하지 마세요, 다들. 아시겠죠?"

 

그녀가 그렇게 말하자 별 수 없다는 듯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여튼 다른 이들이 불편할 수 있다고 하는 말은 그럭저럭 잘 들어주어서 내심 기분 좋게 웃어버린 산옥이었다. 모두가 국경을 넘어 들어선 발해는 확연히 그들과 다른 복식과 생활을 하는 곳이었다. 그래도 입맛에는 맞지 않는 음식이 없어서 다들 편하게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여인이 빨래를 널고 있던 산옥에게 손짓했다. 팔계와 달리, 다들 발해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어느 정도 손짓발짓으로 대화를 하고 있던 터라, 갑작스러운 부름에 산옥은 당황해 팔계를 부르려다 여인이 내미는 옷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옷을 갈아입으라는 말인 것 같아 머뭇거리며 옷을 갈아입는 동작을 했다. 그러자 여인ㅇ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행동에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산옥이 여인의 도움으로 옷을 갈아 입었다. 저고리와 치마가 영 익숙치 않아 고름을 만지작거리긴 했지만 꽤나 옷이 마음이 들었는지 그녀는 싱긋 미소지었다. 그러자 밖으로 나온 팔계와 눈이 마주쳤다. 팔계도 어느 순간 발해의 의복을 갈아입었는지 영 어색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산옥과 눈을 마주치고 당황한 표정을 하고 있다가 이내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치고 그저 말 없이 웃으며 그 자리에 멈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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