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너무 말도 안되는 상황이 나옵니다

 

 

 

연극부 부장이 다가오기에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나 하고 머릿속을 정리하면서 일단은 도망가자 하고 벌떡 일어나 함께 있던 남학생들에겐 실례한다고 말하면서 빠르게 걷다가 목덜미를 붙잡혔다. 남들 앞에서 뒷덜미를 잡히다니. 마츠자카의 한숨 소리와 함께 빨리 가자며 질질 끌고 가는 부장 덕분에 시선을 한 번에 사로잡히자 마츠자카는 스스로 가겠다며 몸을 바로 세워 부장의 옆에 서서 걸었다. 부활동시간도 아닌데 부장에게 잡히다니.

싫다고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부장을 따라 들어간 교무실에서 누군가를 보고는 깜짝 놀라 표정을 바로 하고 생각은 감사합니다로 바뀌었다.

자신을 보며 손을 들어 인사하는 오이카와가 있었으니까. 겉으론 가볍게 인사하며 웃지만, 속으로는 좋아서 날뛰는 마츠자카를 모른 체 부장이 마츠자카를 의자에 앉혀주고 선생님께 인사를 하며 교무실 밖으로 나갔다. 옆에 오이카와가 앉아있다는 사실에 심장 소리가 크게 들리면 어쩌나 싶은데 앞에서는 선생님의 말씀이 시작되었다.

오이카와 눈치를 보면서 선생님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는 마츠자카는 둘이서 함께라는 단어가 들려오자 선생님 쪽으로 눈동자가 획 돌아갔다.

 

“저희 둘이서요?”

“이번 한국 고등학교랑 교환학생 프로젝트 진행하는데 너희가 안내책자의 모델로 뽑혔어. 오늘 부활동시간때 촬영하러 갈 거니까 미리 준비하렴. 그럼 이상. 부활동시간때 교무실로 와.”

 

이것은 기회일까 아니면… 은 무슨 당연히 기회다. 남들에게 좋아하는 사람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아까보다 더 난리가 난 머릿속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그럴수록 더 난리였고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면서 주변에서 들려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마츠자카, 괜찮아?”

“네? 네, 네.”

“그럼 이따가 봐.”

 

오이카와는 친구가 교무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며 먼저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교무실 문이 열렸다가 닫히니 선생님 쪽으로 고개를 든 마츠자카는 선생님을 보면서 밝은 목소리로 이만 가보겠다고 허리 숙여 인사를 한 뒤 교무실 밖으로 나왔다.

교무실 밖으로 나와 학생들의 인사를 받으며 빠른 걸음으로 교실로 가서 자리에 앉았다. 함께 이야기를 나눴던 친구들은 무슨 일이 있었냐며 물었고 마츠자카는 별일이 아니라는 듯 담백하게 있었던 일에 대해 말했다.

여학생들이 오이카와의 이름을 말하며 부러워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최대한 자신을 가라앉혔다. 빨리 부활동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마츠자카는 처음으로 부활동이 기다려졌다.

 

 

 

선생님의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어느 스튜디오였다. 그곳엔 한국 학생들과 선생님 및 관계자들이 있었고 게임을 하면서 한국어를 알게 되어 간단한 인사 정도를 주고받고 그 외엔 영어로 대화하면서 촬영을 시작했다. 처음엔 교복을 입고 인사를 하고 그다음엔 각 나라의 전통의상, 마지막은 서로의 전통의상을 입는 것으로 진행이 되었다.

어찌나 시간이 빠르게 흐르던지 벌써 서로의 전통의상을 입는 차례가 되었다.

알록달록한 한복이라는 전통의상은 게임에서도 본 적이 있어 마츠자카에겐 익숙했고 한 번쯤은 가지고 싶었던 의상이기도 해서 찾아보기도 했었다. 그런 전통의상을 입어볼 수 있는 기회라 나중에 인터넷방송을 할 때 한복 입었던 이야기를 꼭 해봐야겠다며 잔뜩 기대하면서 스태프의 도움을 받아 갈아입었다.

거울을 보면서 한국 학생들이 입었을 땐 한복이 예뻐 보였는데 막상 자신이 입으니 어색해서인지 안 어울리는 것 같아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는데 뒤쪽에서 오이카와가 머리카락을 정리하면서 나왔다. 말을 걸까 했지만, 주변에서 오이카와쪽으로 가 이야기를 나누고 오이카와 역시 사람들과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는걸 보고는 사진작가가 와서 부담스럽게 말을 거니 불편해 살짝 거리를 두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보는 시선이나 행동이 부담스러웠는데… 보는 눈만 없었다면 확 때릴까라고까지 생각했다.

 

“예쁘게 생겼네.”

“감사합니다.”

 

시선을 오이카와쪽으로 돌리려 하면 말을 걸고, 대충 대답하고 다시 가려 하면 말을 걸어와 도움을 요청해야 하나 주변을 둘러봐도 선생님들은 어디 있는지 안보이고 빨리 촬영을 안 하나 하다가 준비가 다 되어 시작하자는 누군가의 말에 다시 촬영을 시작했다.

자세를 잡고 사진을 찍으면서 옷이 삐뚤어졌는지 마츠자카쪽으로 오려던 코디에게 오이카와는 자기가 해주겠다면서 자신의 손으로 마츠자카의 접혀있던 옷깃을 정리했다. 다가오는 오이카와를보며 어떡하나 눈동자를 다른 곳으로 굴리다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마츠자카, 촬영 끝나고 다른 데 가지 말고 옆에 있어.”

“네, 네?”

“자, 다됐다. 다됐습니다!”

 

오이카와의 말이 무슨 뜻일까 멍하게 있다가 웃으라는 말에 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남들에게 보여주던 웃음을 지었다. 오케이라는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어 조금 전에 무슨 말을 한 것일까 이해를 못 하고 있던 사이, 사진을 보던 사람들은 사진이 마음에 든다며 촬영을 마쳤고 주변을 둘러보던 마츠자카는 자신의 옆에 있던 여학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영어로 서로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주고받고. 웃으면서 탈의실로 향했다.

방금까지 다정하게 오이카와와 사진을 찍었던, 찍을 수 있게 해줬던 한복을 벗고 갈아입으며 다음에 한복을 입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차에 선물로 준다는 말에 신이나 조심스럽게 벗으면서 이어지는 이야기에 메일을 교환하자며 마무리를 지었다.

 

“아, 그러고 보니 괜찮았어?”

“응?”

“아까 그 사진작가가 나츠미한테… 좀 그래서 그런 것 같다고 오이카와씨가.”

“오이카와씨가?”

“응. 그래서 대화하다가 갑자기 촬영을 시작하자면서 큰 소리로 말하더라고. 깜짝 놀랐지 뭐야.”

 

그러고는 웃음만이 이어졌다. 들고 있던 한복을 떨어뜨려 옷걸이가 바닥에 부딪히자 날카로운 소리에 무슨 일이 있냐는 목소리에 별일 아니라며 한복이 걸려있는 옷걸이를 주웠다. 왠지 모르게 눈앞이 살짝 흐려져 빠르게 눈을 깜박이며 한복을 가지런히 하며 먼지를 털어냈다. 모르는 줄 알았는데 자신을 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니 더 울컥해와 손부채 질까지 하며 겨우 진정시켰다. 좋아해야지 왜 울고그래. 자신을 다그치며 웃는 연습을 두어 번하고 밖으로 나왔다.

 

 

 

결과물은 겉으로 보기엔 완성적. 마츠자카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오이카와와 사진을 찍었다는 사실과 한복을 선물로 받은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사진이 나오면 많은 학생이 둘이서 찍은 사진을 보게 될 것이고 다른 사람은 해볼 수 없는 경험의 증거가 있으니 마츠자카는 자취방으로 들어오자마자 좋다고 소리를 지르면서 침대 위로 뛰어올랐다.

선생님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친해진 스태프에게 원본사진을 받기로 했기에 그동안에 참고 있던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이었다.

사진을 보고 있다가 라인 창으로 바뀌어 폰을 높게 들어 빠르게 답장을 했다.

 

[잘 받았어?]

[네. 감사합니다.]

[별일도 아닌데 뭐.]

 

끊긴 라인을 확인하고 라인을 끄고 받은 사진을 확대했다. 오이카와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역시 잘생겼다. 옆에 있는 자신도 물론 이쁘지만 오이카와에 비해선 별로라고 생각이 들었다. 사진을 저장해놓고 라인을 다시 켰다. 같은 동네에 사는 자신의 사촌오빠에게 말을 걸었다.

 

[나 내일 집에 가도 돼?]

[아. 나츠미.][당연하지][반찬 필요해?][뭐 먹고 싶어?]

[반찬은 있는데][그…][스마트폰 사진 바로 뽑는 기계 쓰고 싶어서.]

[알았어.][내일 오면서 반찬 통도 들고 와]

 

반찬은 됐다니까. 혼자서 중얼거리고는 웃으면서 자는 시간도 아닌데 잘 자라고 인사하며 라인을 껐다. 사진을 뽑으면 어떡할까. 우선은 지갑 속에 넣고. 아냐. 지갑을 여는 순간 들킬 수 있으니 액자 틀을 사와서 액자로 보관하자. 혹시 모르니 몇 장 더 뽑을까. 사촌오빠가 기계를 살 때 같이 살 걸 그랬다. 고민하다가 그냥 변덕에 사지 않았는데.

사촌오빠에게 오이카와 사진을 뽑는 걸 오해할지 모르니 다른 친구들과 찍었던 사진도 몇 장 골라서 잘못 눌러서 뽑힌 척 하자. 나츠미는 오이카와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복사해서 폴더를 만들어 넣고 나와 다른 폴더항목을 살폈다. 너무 많이 골라가면 안 되겠다 싶어 몇 장을 살펴본다. 이왕 뽑는 거 예쁘게 나온 사진으로 뽑자. 친구들과 찍은 사진을 살펴보면서 몇 장을 골라 복사해 오이카와와 찍은 폴더로 복사해서 옮긴 뒤 그 안에서 더 골라냈다.

내일이면 뽑을 수 있구나. 오이카와의 사진을 보면서 침대 위에서 발을 동동 굴리다가 폰을 얼굴 위로 떨어뜨리고 아프다면서 그래도 좋다고 싱글벙글한다.

bottom of page